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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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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오래전 “로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라는 문구가 나온 화장품 광고가 큰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새로운 로션 덕에 피부가 좋아졌다는 내용을 담았다.동행복권파워볼

202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해 8강 이변을 일으킨 수원 삼성에 이 광고 문구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 하나 바꿨을 뿐인데, 팀이 이렇게 달라지네.”

지난 9월 수원 레전드 출신 박건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 수원과 잡고난 이후 수원은 같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이전 수원의 이미지는 ‘답답한 수비축구’ ‘쉽게 포기하는 전반 마드리드’ 등으로 대표된다. 강등 위기까지 내몰린 수원을 맡아 박건하 감독은 팀 이미지를 ‘끈끈한 조직력축구’ ‘포기없는 후반 마드리드’로 바꿔놓았다.

지난달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수원은 공수 핵심 타가트, 염기훈, 헨리 등을 부상, 지도자 교육 등의 이유로 대동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이미 1패를 안은 상태여서 쉽지 않은 도전이 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박 감독은 대회 전 기자 간담회에서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우승 기회의 장’이 아닌 ‘출전 기회의 장’으로 여기겠다는 생각이 강해 보였다. 십 대 준프로 선수도 대거 데리고 갔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광저우 헝다와의 첫 경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첫 경기 결과 및 내용에 따라 팀 운영전략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첫 경기에서 수원은 기대이상 퍼포먼스를 펼치며 ‘우승후보’ 중 하나인 헝다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아쉬운 공격력으로 득점하지 못해 0대0으로 비겼으나, 이 경기가 선수들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수원 관계자는 말했다.

이어진 헝다와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1대1로 비긴 수원은 16강 진출을 위해 2골차 이상 필요했던 빗셀 고베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대0 승리하며 헝다를 탈락시키고 16강에 극적으로 올랐다. 로테이션이 어려운 얇은 스쿼드로 인해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 체력은 고갈돼 갔지만, 자신감이 올라가고, 조직력이 점점 더 좋아지는 모습이었다.

수원은 16강 요코하마 F.마리노스전에서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는 대역전극으로 8강 티켓을 따냈다. 헝다, 고베, 마리노스 모두 수원보다 전력이 나은 팀이란 평가를 받았다. 만약 60분 경기를 했다면 수원이 어려웠겠지만, 90분 경기에선 수원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 수원 내부에선 ‘대회 전 훈련을 착실히 잘한 효과’라고 평가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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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동료들이 고베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실축한 장호익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 동료들이 고베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실축한 장호익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8강에서 다시 만난 고베. 수원은 전반 김태환이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갔다. 승부차기에서 장호익의 실축으로 탈락 고배를 마셨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찬사와 함께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박 감독도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멋진 모습을 보였다”고 극찬했다.파워볼사이트

K리그에서 하위권에 머무른 수원이 아시아 최고 레벨의 대회 8강까지 오른 비결은 무얼까.

아무래도 박 감독의 원팀 리더십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박 감독은 이달 계약이 만료돼 딱히 동기부여가 없는 임상협(2골) 다루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은 김건희(1골) 출전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했던 장호익 등 대부분 선수들 기량의 최대치를 끌어냈다.

박 감독은 부임 이후부터 줄곧 ‘원팀’ ‘수원정신’을 선수들에게 주입했다. 수원이 그간 드러낸 문제의 원인을 전술, 경기력이 아니라 정신력, 팀웍에서 찾은 것이다. 그는 ‘누구에게 조언을 구했나’란 질문에 스스럼없이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현 축구협회 전무)의 이름을 꺼냈다. 홍 전무와 박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감독과 코치로 동메달을 이끌었다. 이때 ‘홍명보호’가 앞세운 키워드가 ‘원팀’이다. 객관적 전력 열세를 인정하고 팀웍으로 영국 등을 넘어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 감독은 원팀 효과를 몸소 체험한 ‘1인’이다. 수원 감독 부임 후 기자회견에서도 ‘원팀’이란 단어를 언급한 적이 있다. 신예 수비수 박대원은 16강전을 마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원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런던에서 익힌 토너먼트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8강의 결실을 맺었다.

부주장 김민우는 14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박 감독님이 부임하고 집중력이 달라졌던 것 같다. 전술적으론 조직적인 움직임, 공격적인 움직임을 강조하셨다”며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원팀’을 자주 언급하셨다. 선수들은 이를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경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따라오느라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프런트는 선수단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스리백의 일원으로 투쟁심 넘치는 모습을 보인 장호익과 대회 도중 재계약을 체결했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을 위해선 비즈니스석을 예약했다. ‘수고했으니,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판단. 이러한 행동은 팀 분위기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다.

수원은 18일간의 아시아 도전기를 통해 팬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팬들이 기대한 건 어쩌면 ‘우승컵’ ‘특급선수’가 아닌 ‘다시 영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김민우는 “K리그에서 마지막에 보여준 모습, 이번 ACL에서 보여준 모습을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린 것 같아 홀가분하다. 다음시즌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 주제 무리뉴 감독을 바라보는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오른쪽).
▲ 주제 무리뉴 감독을 바라보는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오른쪽).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토트넘은 점유율을 포기했다. 강팀을 상대론 철저히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섰다. 그렇게 맨체스터시티와 아스널을 나란히 2-0으로 완파했다. 강팀 가시밭을 뚫은 토트넘의 승점은 25점(7승 4무 1패). 예상을 깨고 리그 선두다. 지난해 챔피언 리버풀을 득실 차에서도 5나 앞선다.파워볼게임

토트넘 돌풍에 무리뉴의 축구 스타일이 화제가 됐다. 일부에선 과정을 버리고 결과를 추구하는 이른바 ‘안티풋볼’이라고 비판했다.

토트넘과 1위 대결을 앞둔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무리뉴의 스타일을 존중하며, 그가 가진 최고의 기술이라고 치켜세웠다.

“무리뉴가 축구계에서 아주 오랫동안 성공했을 때, 무리뉴는 모든 시스템과 다양한 스타일을 펼쳤다”며 “감독들은 자신의 역량에 적응하고 생각을 섞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리뉴가 가진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의 마지막엔 결과를 얻는 게 전부다. 그게 무리뉴가 갖고 있는 최고의 기술이다. 결정적인 순간 무리뉴는 스타일이 아니라 결과에 대해서만 신경을 쓴다. 그래서 가장 성공적인 감독이 됐고, 존경한다”고 칭찬했다.

무리뉴 감독은 ‘안티풋볼’ 논란에 “볼 점유율은 스포츠 철학자들을 위한 것이다. ‘경기는 졌지만 점유율은 이겼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우린 역습을 잘한다. 우린 빠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 전술적으로 움직였다. 때로는 깊이 들어오고, 방어만 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2003-04시즌 포르투를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명장으로 발돋움한 무리뉴 감독은 첼시, 인테르 밀란, 레알마드리드 등을 거치며 리그와 유럽 대항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휩쓸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선 리그 우승이 없지만 2016-17시즌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했다.

특히 2년 차 성적이 좋다.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에선 리그 우승을 거뒀고 인테르 밀란과 포르투(유로파리그)에선 트레블을 달성했다. 토트넘에서도 2년 차 공식을 이어갈지가 현지에서도 큰 관심이다.

클롭 감독은 “무리뉴 감독은 경험이 많고 영리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처음에 시간을 요구했고 분명히 성과를 내고 있다”며 “토트넘은 최고의 팀 자질을 갖고 있고 공을 소유할 때 그것을 보여 준다. 그들은 수비적으로 최고의 팀이며, 역습 또한 최고”라고 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제보>kki@spotvnews.co.kr

매경닷컴 MK스포츠 정철우 전문위원

양현종이 조용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해외 진출을 선언했지만, 현지 반응은 그리 뜨겁지 못하다. KBO리그 최고의 투수지만 그를 영입하겠다고 나서는 구단은 아직 없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로 주목받는 김하성은 하루가 멀다고 현지 기사가 나오고 있다. 나성범 소식도 가끔 들린다.

요미우리 에이스 스가노, 불펜 투수 사와무라 등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반응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외신에서도 양현종의 이름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양현종이 해외 진출을 선언했으나 반응은 뜨겁지 않다. 사진=MK스포츠DB
양현종이 해외 진출을 선언했으나 반응은 뜨겁지 않다. 사진=MK스포츠DB

크게 두 가지로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일 수도 있고 실제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양현종 측 공식 입장은 조용히 양현종을 필요로 하는 구단과 접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팀별로 1, 2선발도 다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4, 5선발 싸움을 해야 하는 양현종의 영입 이슈가 나오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양현종에 대한 현지의 언급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오히려 조용히 물 밑에서 움직이다 확실한 구단을 찾는 것이 유리한 흐름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무관심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양현종은 선발과 메이저리그가 보장된 계약을 원할 것이다. 보직은 팀이 필요로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몰라도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만은 꼭 따내야 한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마이너리그 운영이 어려워졌다. 메이저리그의 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양현종은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새해 초반에라도 뭔가 움직임이 감지돼야 한다. 그때까지 아무 이야기가 없다면 이상 신호라 할 수 있다.

일본 진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양현종이 일본에 가려면 그만한 대우와 확실하게 뒤따라야 한다. 고액 연봉은 필수다.

하지만 요미우리, 한신, 소프트뱅크 등 빅 마켓 구단들은 이미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다. 양현종이 들어갈 자리가 이 세 팀엔 거의 없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외의 구단들이 거액을 베팅해야 한다는 말인데 양현종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일본 역시 물 밑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을 수는 있다. 스몰 마켓 구단이 양현종에 올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건 지금의 침묵이 썩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반드시 양현종에 대한 프로모션이 시끄럽게 이뤄질 필요는 없다. 조용히 차분하게 진행되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침묵이 실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면 양현종에게는 결코 좋은 소식이라 할 수 없다.

양현종은 적지 않은 나이에 도전을 선택했다. 나이 이슈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최근 흐름에는 유리한 일이 아니다.

과연 양현종은 조용히 자신의 가치를 알리며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지금의 침묵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 당분간은 조용히 지켜보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mksports@maekyung.com

US여자오픈 깜짝 우승으로 랭킹 64계단 오른 30위
꿈의 무대서 트로피 품고 소렌스탐과 영상 통화까지

김아림이 15일 US여자오픈 우승 뒤 소렌스탐의 축하 전화를 받았다. ⓒ USOPEN
김아림이 15일 US여자오픈 우승 뒤 소렌스탐의 축하 전화를 받았다. ⓒ USOPEN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김아림(25)이 세계랭킹 30위로 수직 상승했다.

김아림은 15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럿 크리크 코스에서 펼쳐진 ‘LPGA(여자프로골프)투어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합계 3언더파 281타로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것은 1998년 박세리 이후 11번째다.

공동 2위 고진영(25), 에이미 올슨(미국)에 1타 차 앞선 극적인 우승이다. 선두에 5타 뒤진 가운데 4라운드를 출발한 김아림은 16~18번홀에서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3연속 버디를 잡았다. 공동 선두로 마지막 18번홀(파4)에 들어선 김아림은 버디를 잡고 단독 선두에 오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5타 차를 마지막 라운드에서 뒤집고 우승한 것은 1995년 안니카 소렌스탐(50·스웨덴) 이후 처음이다.

김아림은 2006년 여자골프 세계랭킹 제도가 도입된 이후 US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최저 랭킹 우승자가 됐다. 경기 후 LPGA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얼떨떨하다.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올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실감나지 않는다”며 놀랐다.

세계랭킹을 보면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거뒀는지 실감할 수 있다. 세계랭킹에서 지난주 94위보다 무려 64계단 오른 30위에 자리했다. 말 그대로 수직상승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따른 참가 기준 조정이 없었다면, 출전 조차 어려운 랭킹에 머물렀던 김아림이 일으킨 기적이다.

김아림 ⓒ 뉴시스
김아림 ⓒ 뉴시스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한 선수가 우승한 것은 역대 5번째다. 175cm의 큰 키에서 뿜어 나오는 시원한 장타(최대 비거리 332야드)가 일품이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KLPGA 투어에서 2018년과 2019년 1승씩 따낸 것이 전부다.

꿈 같은 일은 또 벌어졌다. 박세리와 함께 골프 여제로 군림했던 소렌스탐은 US여자오픈 관계자를 통해 김아림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정말 잘했다. 우승을 즐겨라!”라고 축하했고, 김아림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김아림이 어린 시절 우상으로 여겼던 소렌스탐은 1995·1996·2006년 US여자오픈 우승 포함 LPGA 투어 통산 72승을 거둔 여자골프의 전설이다.

한편,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고진영(25)은 2위 김세영과 격차를 더 벌리며 1위를 지켰다. US여자오픈 공동 6위에 오른 박인비(32)는 지난주 세계랭킹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상승, 한국 선수가 세계랭킹 1~3위를 싹쓸이했다.

데일리안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주장] 라이벌과 에너미의 차이 인지하고 코트에선 성숙한 모습 보여야

[이준목 기자]

라이벌(Rival)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같은 분야에서 또는 같은 목적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라이벌의 어원은 강을 뜻하는 리버(River)의 라틴어 어원인 리파리아(Ripaira)와 강가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이웃을 뜻하는 라발레스(Rivales)에서 비롯됐다. 평소에는 가까운 이웃이지만, 생존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물의 소유권-강의 통행권 등을 놓고 불가피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의미한다.여기서 라이벌은 적을 뜻하는 에너미(Enemy)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라이벌이란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서로를 인정하고 발전하는 구도라 할 수 있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따위는 없고 그냥 적의나 악감정으로 가득차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관계라면 ‘앙숙’이나 ‘숙적’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진정한 라이벌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  15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경기. KCC 이정현이 공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현(전주 KCC)과 이관희(서울 삼성)의 관계는 과연 라이벌이라고 할수 있을까? 두 선수간의 불화는 농구계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져있을만큼 뿌리가 깊다. 연세대 1년 선후배이자 상무 농구단에서도 선후임 사이로 오랫동안 함께 농구해온 관계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농구판에서 알아주는 앙숙이 됐다. 이제는 두 선수가 만날 때마다 소속팀의 경기보다도 이들의 신경전과 충돌 여부가 더 관심을 끌 정도다.

이정현과 이관희는 이미 코트 위에서 여러번 충돌했다. 2017년 안양 KGC와 서울 삼성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는 이관희가 이정현을 밀착 수비하는 과정에서 이정현이 팔로 이관희를 밀어 넘어뜨리자, 격분한 이관희가 곧바로 일어나 팔꿈치로 이정현의 가슴을 밀었다. 이정현은 파울을 얻었고, 이관희는 퇴장당했다. 이 장면은 경기후에도 농구팬들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됐고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도 3년이 넘게 흘렀지만 두 선수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한때 올스타전에서 두 선수가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장면도 나오며 사이가 회복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정작 이후로도 두 선수는 실전에서 마주칠 때마다 계속해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올시즌에도 9월 컵대회와 지난 5일 2라운드 맞대결에서 벌써 두 번이나 충돌한 바 있다. 5일 경기에선 두 선수의 매치업 상황 때 팔이 엉키자 이정현이 신경질적으로 이관희의 팔을 뿌리쳤고, 이관희가 발끈하여 삿대질을 하면서 둘이 거친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두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나란히 23점을 올리며 맹활약했으나 경기는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 접전 15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경기. 삼성 이관희가 빈틈을 찾고 있다.
ⓒ 연합뉴스

KCC와 삼성은 지난 15일 열흘 만에 3라운드에서 다시 만났다. KCC는 이날 91-72로 승리하며 지난 대결의 패배를 복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주목을 받았던 이정현과 이관희의 리턴매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정현이 약 22분을 뛰며 5점 4어시스트, 이관희가 약 25분을 뛰며 8점 5어시스트에 그쳤다. 일찌감치 점수차가 벌어지며 KCC 쪽으로 승부가 기운 탓에 주축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난 경기의 영향을 의식한 듯 양팀 모두 이정현과 이관희의 매치업을 되도록 피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프로스포츠에서 라이벌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NBA의 매직 존슨 vs. 래리 버드, 축구의 리오넬 메시 vs.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높은 수준의 기량과 뚜렷한 개성을 지닌 라이벌들의 경쟁은 서로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며, 흥행과 화제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국내 프로농구에는 이런 화제성 있는 라이벌 구도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일부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정현과 이관희의 특수한 관계를 ‘이슈메이킹’ 차원에서 더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 엄격한 선후배 관계와 학연-인맥으로 얽혀있는 좁은 농구판에서 이렇게 대놓고 으르렁거리는 관계를 보기 힘들다는 희소성과도 관련이 있다.

하지만 단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라이벌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이들의 갈등이 단지 자극적인 가십거리를 넘어 프로농구의 흥행이나 볼거리를 위하여 무슨 생산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1980년대 NBA의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히는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는 선수 경력이나 출신 배경 모두 극과 극에 가까운 인물이었고 만날 때마다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펼쳤지만, 코트 밖에서는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이였고 은퇴식까지 참석할만큼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절친’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대를 풍미한 서장훈과 현주엽은 전성기 시절 당대를 대표하는 라이벌로 꼽혔지만 사적으로는 휘문중고교 1년 선후배이자 서로를 ‘농구인생의 동반자’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훌륭한 경쟁자의 존재가 있었기에 스타들은 상대를 뛰어 넘기 위하여 그만큼 더 분발해야 했고 더 성장할 수 있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진정한 라이벌의 가치란 바로 이런 관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정현과 이관희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정현은 이관희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이관희는 이정현의 이름조차 호명하기 싫어서 ‘그 선수’라고 지칭한다.

서로에 대한 노골적인 악감정만 가득한 선수들끼리 마주쳤을 때 겉보기에 승부욕은 불타오를지 몰라도, 정작 페어플레이나 동업자로서의 매너는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중 도발과 신경전은 예사고 심지어 경기가 끝난 뒤에도 패자를 자극하는 세리머니를 하는 등 서로 스포츠맨십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들이 둘 사이에 난무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소속팀이나 KBL의 이미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이정현과 이관희는 그저 앙숙에 불과할 뿐 건강한 의미의 라이벌이 아니다. 농구선수들의 대결이라면 우선 농구 그 자체로 기대감을 줘야하는데, 선수들의 감정적-물리적 충돌 여부로 더 이슈가 되는 것부터가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다.

두 선수가 사적인 감정은 코트밖에서 해결하고, 코트에서는 오로지 페어플레이로 경쟁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팬들도 진정으로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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