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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멕시코 여자경찰들이 성 상납을 요구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하나파워볼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시티에서 여경이 연루된 성추행 또는 성 상납과 관련해 내사가 진행 중인 사건은 86건에 이른다. 모두 남자 상관이 용의자로 지목된 대가성 성추행 또는 성 상납 요구 사건이다.

조사를 받는 남자경찰들은 승진 또는 자택과 가까운 지역 내 배치 등을 반대급부로 제시하며 여경을 성추행하거나 잠자리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감시기관인 ‘치안과 사법 정의를 위한 시민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내사가 진행 중인 사건보다 훨씬 더 많다.

위원회에는 성 상납 요구 등과 관련된 피해사례 1892건이 신고됐다. 위원회는 공정한 조사를 위해 검찰, 시민안전비서실, 멕시코시티 인권위원회, 여성비서실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성 상납 요구 등은) 경찰의 부패라는 치부를 드러내는 사건”이라며 멕시코시티뿐 아니라 전국 경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멕시코 경찰 내 여경에 대한 성적폭력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멕시코의 비정부기구(NGO) ‘공통주의’는 최근 ‘멕시코에서 여경이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성상납 요구 등에 대한 실상을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여경 10명 중 7명은 경찰 내부에서 여성폭력을 경험한 바 있다.

이 단체가 여경 3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8%는 “남자 동료나 상관으로부터 음담패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8%는 직간접적으로 잠자리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경찰조직 내에서 성추행이나 성 상납 요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데는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치안과 사법 정의를 위한 시민위원회’의 위원장 살바도르 치프레스는 “남자가 모든 걸 지배하고 명령하는 구태 문화의 뿌리가 워낙 깊은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폐쇄적인 경찰조직의 특성상 이런 문화를 개선하는 데는 특히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해자가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뉴스엔 김명미 기자]

‘뽕숭아학당’ 제작진이 또 편집 탓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파워볼실시간

9월 30일 방송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뽕숭아학당’에서는 명절을 맞아 고마운 은인에게 은혜를 갚게 된 트롯맨 F4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날 임영웅은 소속사 물고기컴퍼니 신정훈 대표를, 영탁은 배우 지승현을, 이찬원은 로미오 이승환을, 장민호는 노래교실 일타 강사 임성환을 은인으로 초대했다. 네 사람은 은인에게 대접하기 위해 빅마마 이혜정에게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이후 네 명의 은인이 등장했고, 트롯맨들은 각자 한 명씩 이들과의 인연을 털어놓은 뒤 노래 선물을 했다. 임영웅은 소속사 대표를 바라보며 ‘미스터트롯’ 시작을 알렸던 ‘바램’을 불러줬고, 영탁은 일면식도 없는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흔쾌히 출연해줬던 지승현을 위해 ‘고맙소’를 열창했다. 장민호는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을 당시 확신이 없던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임성환에게 ‘맞다 맞다 니 말이 맞다’라는 노래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찬원과 이승환의 분량은 통편집돼 의아함을 남겼다. 이승환이 등장 직후 “분당에서 숙소 생활을 시작했다. 새벽에 깨보니 얘(이찬원)가 바닥에서 자고 있더라”며 이찬원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를 밝힌 것은 방송에 나왔지만, 왜 이승환이 이찬원의 은인인지에 대한 내용은 모두 편집된 것. 이찬원이 이승환에게 불러준 노래 역시 전파를 타지 않았다.

방송 전 ‘뽕숭아학당’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찬원의 은인으로 초대된 인물이 이찬원의 밝은 모습 뒤에 감춰진,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가슴 속 깊은 사연을 털어놔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예고 기사까지 나온 내용이 ‘수납’되고 만 것.

‘뽕숭아학당’ 제작진이 편집으로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물론 당일 녹화의 활약도에 따라 출연자들의 분량에 차이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방송 전 온라인상에 선공개된 영상이 통편집되거나, 예고 기사로 홍보한 내용이 본방송에서 편집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이들이 부른 노래가 방송 다음주 음원으로 발매되고, 무대를 꾸미기 위해 들인 시간이 있기에, 노래가 편집되는 건 팬들에게 예민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날 특집은 명절을 맞아 신세를 졌던 은인에게 은혜를 갚는 콘셉트였다. 은인이라고 초대한 손님을 통편집해버린 것. 2시간 넘는 방송 분량 가운데 이찬원과 이승환의 장면을 꼭 삭제해야만 했을까. 10월 1일 현재 ‘뽕숭아학당’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빗발치고 있다.(사진=TV조선 ‘뽕숭아학당’ 캡처)

뉴스엔 김명미 mm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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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영국 후보 우세 속에 2차 라운드 경합 중
최종 3라운드 진출 땐 당선 유력..”정부지원이 큰 힘”

지난달 2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1차 라운드를 통과한 유 본부장은 이날 2차 라운드 선거 운동을 위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2020.9.27/뉴스1DB
지난달 2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1차 라운드를 통과한 유 본부장은 이날 2차 라운드 선거 운동을 위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2020.9.27/뉴스1DB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권혁준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다른 4명의 후보들과 벌이는 2차 라운드 경합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앞서 두 차례의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터라 세 번째 도전에서 WTO 수장 배출을 일궈낼지 관심이 모아진다.파워볼

현직 통상장관으로서 유 본부장의 실무 경험과 전문성이 주목받고 있고,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위상이 높아진 한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고 있다는 점은 ‘한국인 최초 WTO 사무총장 배출’ 희망을 품게 한다.

◇과거 2차례 도전과 달리 정부 지원 전폭적

2일 WTO에 따르면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2차 라운드는 지난달 24일 시작해 이달 6일까지 진행된다. 1차 라운드에서 8명의 후보자 중 3명이 탈락한 가운데 현재 유 본부장을 포함한 5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2차 라운드에선 164개 WTO 회원국이 최대 2명 이내의 선호 후보를 제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최종 3차 라운드에 진출할 2명의 후보를 가린다. 여기에 유 본부장이 마지막 3라운드에 진출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재 분위기는 좋다. 우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선거 캠페인이 잘 진행 중이고 승산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까지 모두 나서 각국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며 유 본부장의 지지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전에 임하고 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한 각 부처의 협업과 지원도 한몫한다. 미국, 유럽 등 유명희 본부장이 현지 선거유세를 할 때마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들이 ‘원팀’이 되어 모두 유 본부장을 돕고 있다.

현직 통상장관이란 유 본부장의 신분도 유세에 큰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현직 장관 신분이 세계 각국 통상 수장들을 만날 기회가 많고, 투표권을 쥔 WTO 각국 대사와 접촉하기에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WTO 사무총장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2일 뉴스1과 통화에서 “사무총장직에 도전했을 당시 새 정부로 바뀌고 통상교섭본부를 해체하는 분위기에서 정부 도움 없이 선거 캠페인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박 전 본부장은 그러나 “현재 상황은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본다”면서 “대통령 정상회담 때나 강경화 장관의 외교행보만 봐도 정부 서포트(지원)를 잘 받고 있어서 개발도상국의 경제 어려움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비전 등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우리나라의 WTO 사무총장직 도전은 1995년에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 2013년에 박태호 전 본부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지원은 소극적이었다. 대륙간,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번갈아 사무총장을 맡은 지역순환론이 우세인 분위기에서 아시아 출신, 특히 한국인이 선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계산이 깔렸던 탓이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케냐·영국 후보 급부상…일부국가 지지 선언도

2차 라운드는 5명의 WTO 사무총장 후보자가 경합 중이다. 유 본부장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은행(WB) 전무,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문화부 장관, 영국의 리엄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경제·기획부 장관 등이다.

정부 관계자와 통상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현재 분위기는 아프리카 후보들이 강세다. 지난 1995년 WTO가 출범한 이래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한 번도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힘을 받고 있다. 5명의 후보자 중 2명이 아프리카 후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가운데 케냐의 모하메드 문화부장관이 정견 발표, 선거 캠페인, 언론 인터뷰 등을 거치며 뛰어난 웅변력, 차별화된 비전 제시로 지지도가 상승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헝가리 등 일부 국가들이 아예 아미나 장관을 꼭 집어 공개 지지한다는 발표만 봐도 당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WB 전무도 일본 등의 지지를 받으며 유력 후보로 분류되지만, 정견 발표나 유세 등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악화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 정견 발표 과정에서 이웰라 전무는 뚜렷한 비전 제시를 못하고 약한 웅변력이 노출됐다”며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던 케냐의 모하메드 장관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라고 귀띔했다.

다만 아프리카 후보가 2명이라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은 유 본부장에겐 호재이다. 아무래도 2명만을 선택해야 하는 2차 라운드에서 이들 아프리카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 표는 나뉘고, 어부지리로 유 본부장 등 다른 후보들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영국의 폭스 장관도 유일한 선진국 후보라는 점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WTO가 현재 선진국-개도국 대결 양상을 보이는 상황이라 WTO에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미국이 아프리카 후보가 아닌 유럽 후보를 밀고 있고, 유럽 내 주요 국가들도 폭스 장관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선진-개도국 중재역할 부각 땐 승산 크단 분석도

유 본부장은 아프리카, 영국 후보의 아성을 깰 다크호스로 거론된다. 최종 2명으로 추리는 3차 라운드 진출자에 아프리카 후보와 유 본부장, 또는 영국 후보와 유 본부장 이렇게 구도가 짜인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판세가 전개될 수 있다.

개도국의 지지를 받는 아프리카 후보든, 선진국의 지지를 받는 영국 후보든 상대 진영으로부터 지지를 받기 힘들어 선진-개도국 대결 진영에서 중재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비전만 확실히 보여준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가 대륙 순환을 배제하고 인물을 더 중시한다는 점, 후보자 중 특출한 인물이 없다는 점, 한국이 자유무역체제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국가이고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곳이라는 점도 유 본부장에겐 유리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2인의 후보자가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는 데 여기에 유 본부장의 포함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 어떤 후보로 지지가 몰릴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열심히 뛰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WTO 사무총장이 지난 5월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하면서 진행됐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임기 1년을 남긴 지난 8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수장 공백 사태를 메우기 위해 사무총장 선출 과정도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며 늦어도 11월 초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총장은 4년 임기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G7(주요 7개국), G20(주요 20개국),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각국 정상간 모임에 출석해 국제무역 비전을 제시하고, WTO 각국 대사와 통상장관을 대상으로 WTO에 관한 운영과 핵심 이슈를 협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거나 타협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건물 모습. © AFP=뉴스1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건물 모습. © AFP=뉴스1

jepoo@news1.kr

어법에 어긋난 인사말은 그만, 이제는 ‘되세요’ 말고 ‘보내세요’·’쇠세요’를 쓰자

[장호철 기자]

▲  시내 어느 마트 앞에 걸린 한가위 인사 펼침막.
ⓒ 장호철

하도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같은 비문(非文,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늠름하게 쓰이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되세요’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글로 <오마이뉴스> 블로그에 ‘가겨찻집’ 문을 연 게 2007년이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주절대면서 8년쯤을 보냈다.

아무리 그게 ‘대세’라 해도 ‘아닌 건 아니다’

아무도 청하지 않은 일을 8년간 이어간 것은 자신이 국어 교사라는 사실을 늘 확인하면서 살아온, 넘치는 자의식 때문이었다. 국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시비를 걸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그렇게 오지랖을 떤 것도 앞의 이유 탓이다.

8년간의 오지랖이 막을 내린 것은 지난 2015년이다. “‘한가위 되세요’, 진보 진영의 동참”이라는 글을 끝으로 메아리 없는 푸념을 그만뒀다. 기업체와 지방자치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말 쓰기에 유난스러웠던 시민사회단체에 이어 ‘교열부’라는 거름망을 갖춘 일간지마저 ‘한가위 되세요’를 태연하게 쓰는 걸 지켜보면서 푸념을 끝낼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못 쓰인 말이 아무리 대세가 된다고 해도 아닌 게 ‘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무심히 ‘되세요’를 입에 달고 사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그게 턱도 없는 문장이라는 게 더욱 굳어지니, ‘사람들이 너나없이 쓰니까…’ 하고 적당히 현실을 핑계로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거리 곳곳에 ‘어떠어떠한 한가위 되세요’가 박힌 펼침막이 슬슬 걸릴 때가 되었다. 아침에 시내 나갔다가 마트 앞에 걸린 펼침막을 보니 잊고 있었던 좀이 쑤셔온다. 예전에 쓴 글을 읽어보다가 다시 글을 시작하지만, 정수리가 뜨끈뜨끈하다. 누가 공식 감시자 구실을 맡겨준 것도 아닌데 하나 마나 한 소리를 다시 하는 기분은 정말 ‘아니다’. 

▲  우리 동네 길가에 걸린 펼침막.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내용도 ‘편안하고 안전한 추석 되세요’다
ⓒ 장호철

워낙 ‘좋은 하루’나 ‘즐거운 주말’, ‘행복한 쇼핑’이 되라는 인사가 일상이 되다 보니 어쩌다 콜센터 상담원의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끝인사만 들어도 기분이 새롭고 신선하다. 아, 개중에는 이런 인사를 하는 데가 있구나 싶어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의 입에 붙은 ‘~ 되세요’가 왜 잘못된 어법인가.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뜻이 통해서 서로가 알아들으면 되지 않는가”라고 되묻는 이들이 많다. 그런 논리라면 우리가 말과 글을 굳이 배울 이유가 없어진다. 어법 없이 낱말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뜻은 그럭저럭 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법에 어긋난 “한가위 되세요”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의 서술어 ‘되다’는 앞에 보어(補語)의 도움 없이 쓰일 수 없다. 따라서 반드시 그 앞에 ‘기워주는 말’인 보어가 와야 한다. “그는 중학생이 되었다”에서 ‘되다’ 앞에 쓰인 ‘중학생이’가 보어다. 이때, 보어는 주어와 동격이므로 ‘그(주어)=중학생(보어)’이 된다.

“한가위 되세요”를 분석해 보자. 생략된 것으로 보이는데, 주어는 뭘까? 주어가 흔히 생략되는 우리말에서 주어는 대체로 청자인 ‘당신’이다. 그러면 이 문장은 “당신은 한가위 되세요”가 되는데, ‘당신’은 한가위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당신은 ‘주말’도 ‘여행’도, ‘시간’도 ‘쇼핑’도 될 수 없다. 그런데 ‘한가위 되라’는 덕담을 건네면서 아무도 상대를 한가위로 만들 의도는 없다. 화자의 의도는 다음과 같다. 

“(나는) 다가오는 명절이 (당신에게) 넉넉한 한가위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다가오는 명절이 (당신에게) 넉넉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이 어떤 조화를 부려야 “한가위 되세요”가 될 수 있는가. 백번 양보하여 주어를 보어인 한가위와 같은 뜻인 ‘명절’이라고 본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되세요’는 명령형 어미다. 무정 명사인 ‘명절’을 의인화하지 않는 이상, 명절에다 명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의 분석. 주어를 청자로 봐도, 보어와 같은 의미로 보아도 어법에 어긋난 문장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 장호철

이래도 “한가위 되세요”를 쓸 것인가. 상대방에게 하는 말로 ‘되세요’가 쓰일 수 있는 보어는 사람과 호응하는 낱말이어야 한다. 한때 유행한 “부자 되세요”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같은 문장은 아무 문제가 없다. 당신은 ‘부자’도 ‘훌륭한 사람’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하루, 주말’ 같은 ‘시간’ 관련어나 ‘쇼핑, 여행, 식사’ 같은 ‘행위’를 나타내는 낱말 뒤에선 쓰일 수 없다. 그것은 인간과 호응하는 의미의 낱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간과 호응하는 낱말인 ‘부자, 시인, 의사, 군인, 회사원, 교사’ 등은 얼마든지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으레 좋은 뜻의 덕담으로 받아들이고 말아서지만, 만약 ‘한가위 되세요’라는 말이 잘못 쓰인다는 사실을 아는 이라면, 그건 덕담이 아니다. 화자의 본의와 무관하게 그의 인사는 상대방에게 ‘한가위’가 되라고 윽박지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한가위 인사는 “넉넉하게 쇠세요(보내세요)”로그럼 어떻게 쓸까? 어법에 맞게 쓰기는 매우 간단하다. 내 뜻이 드러나게 하려면 ‘되세요’ 대신에 ‘보내세요’, ‘쇠세요’, ‘지내세요’ 등의 서술어를 쓰면 된다.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 → 한가위 넉넉하게 쇠세요.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 한가위 행복하게 보내세요.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한가위 즐겁게 지내세요.

‘한가위’를 꾸미는 ‘넉넉한’·’행복한’·’즐거운’ 등의 관형어는 ‘되세요’ 앞으로 옮겨 서술어를 꾸미는 부사어로 자리바꿈을 했다. 그래서 훨씬 우리말 어법에 가까운 문장이 되었다. 문장에서 체언을 꾸미는 관형어는 서술어 앞으로 자리를 옮겨 부사어로 쓰이는 게 올바른 어법에 가까운 것이다. 

“많은 참석을 바랍니다”와 같이 체언(명사·대명사·수사)을 꾸미는 관형어가 부쩍 쓰이기 시작한 것은 외국어의 영향이다. “참석을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처럼 ‘많이’는 ‘해 주시기’를 꾸며야 외국어 번역처럼 어색한 문장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잠깐 볼일로 다시 시내를 다녀왔는데, 코로나19의 영향일까, 한가위 인사 펼침막이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앞서 얘기한 마트의 현수막 말고 정치인의 펼침막이 두어 개, 그리고 축협 명의와 아파트 주변에 걸린 펼침막이 다다. 뜻밖에 ‘한가위 보내세요’로 제대로 쓴 펼침막을 두 개나 만난 게 소득이다. 하나는 지역 축협에서 내건 거고, 나머지는 인근 아파트에 걸린 아파트 위탁 관리업체의 펼침막이다. 

▲  제대로 쓴 한가위 인사말. 지역 축협에서 내건 이 펼침막에는 ‘즐거운 명절 행복하게 보내세요”라 쓰였다.
ⓒ 장호철
▲  어느 아파트 단지 안에 글린 위탁관리업체의 한가위 인사 펼침막. ‘보내십시오’를 ‘-요’로 쓴 게 험이지만, 정중한 명절 인사로 손색이 없다.
ⓒ 장호철

“즐거운 명절 행복하게 보내세요.”
“즐거운 명절 연휴 보내십시요.” 

축협의 인사말은 ‘명절’을 꾸미는 말로 ‘즐거운’을, 서술어 ‘보내세요’ 앞에는 부사어 ‘행복하게’를 써서 제대로 된 우리말 어법을 따랐다. 업체의 펼침막은 ‘보내십시오.’를 ‘-요’로 쓴 게 흠일 뿐, 정중한 명절 인사로는 손색이 없다. 

‘한가위 되세요’를 바로잡는 데 가장 중요한 단위는 언론이다. 그런데 몇몇 신문은 이미 강을 건너 버렸고, 그나마 가장 영향력이 큰 방송은 아슬아슬하게 바른 표현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역시 ‘대중이 쓰는 말’이라면서 ‘한가위 되세요’의 물결을 따라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다.

과문한 탓인지 바른 말글살이를 이끌어야 할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한글 관련 단체들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언중들 개인의 사소한 실천에 맡겨진 셈이라면, 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한글날 앞에 맞을 한가위를 씁쓸하게 기다리는 까닭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qq9447.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앵커]

추석 차례상 준비한 분들 느끼셨겠지만, 밤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올봄 냉해에다, 역대 가장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도 안되선데요. 그래도 산지 가격은 많이 안 올랐는데 소비자 가격이 유독 뛰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발로 뛰는 발품 경제, 이주찬 기자가 충남 공주의 밤 농가로 달려갔습니다.

[기자]

밤으로 유명한 충남 공주로 달려갑니다.

알이 찬 밤송이가 탐스럽게 벌어졌습니다.

밤은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서 나무가 될 때까지 씨 밤의 형태는 거의 유지가 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뿌리인 조상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밤을 차례상에 올리게 됐다고 합니다.

올해는 유독 잘 익은 밤을 찾기 힘듭니다.

[앗 따가워, 따가워…(장갑을 껴도 밤송이) 가시가 들어오는데요.]

[(이거는 어때요?) 못써요. (이거는요.) 그것도 못쓰고요. (왜 이렇게 못쓰는 게 많아요?) 잘 안 돼서 그래요, 밤이.)

[이철용/밤 재배 농민 : 햇빛을 못 봐가지고 보기에는 밤송이가 많이 매달렸는데 실상 줍고 보면 밤이 없어요. 조생종은 반 정도 줄었어요. (비가 많이 와서)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것은 밤송이가 성숙하질 않고…]

봄에 찾아온 냉해에 한 달 넘게 온 장마까지 겹쳐섭니다.

이렇다 보니 밤 꿀마저 생산량이 5분의 1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박관수/양봉 농민 : 이렇게 망가져버렸죠. 싹 다 없어졌어요. (꿀을 딸 수가 없네요, 이 정도면.) 포기 상태예요. 벌 한 마리도 없잖아요.]

이맘때쯤이면 꽉 차야 할 밤 창고도 휑합니다.

[이철용/밤 재배 농민 : 올해는 밤이 흉년이라 밤이 없어요. 지금 보시다시피 (창고의) 3분의 1도 안 되잖아요.]

수확량이 반토막이 났지만 값을 올려받진 못한다고 합니다.

[이철용/밤 재배 농민 : 해마다 주문하는 사람들이 주문하기 때문에 더 비싸게는 못 받는 거죠.]

이날 산지 농민이 공판장에 판 가격은 밤 1kg에 4천 원 정도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시장에 가봤습니다.

[시장 상인 : (밤 1kg 어떻게 해요?) 8천원, 1만원이요.]

값이 배로 뛴 겁니다.

서울 마트에 가봤더니 1만2천 원입니다.

순식간에 세 배가 된 겁니다.

깐 밤은 훨씬 더 비쌉니다.

시장에선 400g 정도에 8천 원, 마트에선 290g에 9천 원이 넘었습니다.

[도매상 관계자 : 밤을 유통하는 (도매)업자들이 있어요. 독점이에요. 도매상들이 (가격 인상을) 거의 주도한다고 보면 돼요.

몇몇 도매상이 가격을 쥐락펴락한단 겁니다.

값이 껑충 뛰어도 차례상에 밤을 빼놓을 수 없는 소비자들은 답답합니다.

[양영준·이지혜/경기 광주시 :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가지고 상 차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기필림/서울 망원1동 : (밤이) 비싸죠. 이것 봐요, 8천원이네…그래서 딸이 어제 두 되 가져왔어요, 공주에서.]

(영상디자인 : 최수진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황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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